신앙의 삶 속에서....

만만치 않은 이 땅의 일들..

undertree 2006. 9. 9. 01:34
 

  나는 오늘 어느 목사님께서 교회를 내놓으셨다고(?) 하길래 가보았다.  그 교회에 앉아서  담임 목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교회를 둘러보았다. 마음이 울적해옴은 교회의 모습만 보아도 왜 목사님께서 급히 교회에서 철수 하려고, 마치 떠맡길 작자만 나타나면 줄행랑을 칠 모습이었는지, 그 교회만 둘러보아도 대충알 만했다. 만일 나같아도 이런 모습의 교회에 다니겠는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들었다. 바로 100m 옆에(옛 서부감리교회) 첨단 시설을 갖춘 너무 아름다운 교회가 있는데...(나같아도 저런 교회를 두고 이런 개척교엔 절대 안온다)

  교회가 무엇인지?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천상에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과 전혀 상관없는 교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지는 않는지?  정말 웃긴다. 학교에서는 배운것과 상관없는 교회 상품을(?)팔고 있다.  왜 신학을 했는지 조차도모르고 허황된 목회의 모습에 사로잡혀 버린 미래의 교회 교역자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목사들이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그들은 곧 교회를 세울 터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목사,전도사들이다. 그들은 곧 신학교를 졸업하였지만 갈곳이 없는 무임 목회자들이다. 또한 그들보다는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심적으로 방황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상가의 비좁은 장소를 얻어서 목회 하는 개척교회 목사,전도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출석교인 한 사람에 희비가 엇갈리는 경험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개척교회를 시작하여 몇 해가 지나도 가정교회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의 좌절과 실망을 누가 알겠는가?
  어떻게 보면 그들은 교계라 불리는 독특한 사회 속의 낙오자들이다. 정글의 법칙만 있는 무한경쟁사회 속에서, 굴절된 자본주의 테두리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되는 다양한 자원들과 재능들이 그들에게는 없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것도 아니고 남들만큼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탁월한 영적 은사들을 소유한 것도 아니다. 사회적 기준에서 볼 때 그들은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학벌을 지닌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외모가 준수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일뿐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해보지 않은 것이 없는 환자처럼, 그들은 교회의 생존, 아니 자신과의 투쟁에서 '생존'이라는 그 한가지 목적을 위해 얼마나 힘쓰고 애쓰는지 모른다. 교회를 위해서라면 각종 어떤 세미나나 프로그램에라도 참여해 본다. 교회성장 세미나, 제자훈련 프로그램, 찬양과 경배 훈련, 중보 기도 세미나, 치유 세미나, 강해 설교 세미나… 등등 수많은 세미나 프로그램(전부 쓰레기 같은 인간들의 방법을 총 동원한 방법).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그들은 심한 허탈감과 좌절감에 깊은 상처를 입곤 한다.

  한 인간으로서, 그들에게도 그들을 기다리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내와 자녀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가족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여건이나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부단히 노력하고 기도하고 애를 쓰지만,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좌절과 실망을 삼켜야 한다. 그들을 알아주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같은 목회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그들은 항상 뒷자리로 밀려나기 일쑤이다. 그들에겐 쳐진 어깨와 수그러진 고개, 그리고 닳아빠진 구두, 낡은 봉고 자동차가 전부이다. 더욱이 그들을 슬프게 만드는 것은 물량주의란 신기루와 성공 지상주의라는 마약에 취해 있는 일부 동료 목회자들의 눈 ― 그들을 측은하게 쳐다보는 눈 ― 이다. 정말이다. 실상 "당신의 초라함은, 당신의 불행은 당신이 가진 능력의 열매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그들의 '내리깐 눈'은 정말이지 참기 어려운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 참으로 견딜 수 없는 수치감을 더해줄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인들도 개척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꺼려한다. 물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종종 자녀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체 교회당이 있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교회에 가면 교육프로그램이 잘되어 있어서, 자녀들의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나 또한 그런 사고의 사람이다)  성인 신자들 역시 자신들의 욕구를 그런 교회에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회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런 훈장이나 뱃지로, 아니면 특권이나 긍지로 생각한다.(순복음 여의도 교회, 영락교회, 충현교회 등등 대단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우연히 이런 교인들을 만나는 개척교회의 목사는 참으로 큰 비애를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니 괜찮은(?) 교인 한 명이라도 출석해 주면 여간 감사하고 기쁘지 않다. 이것 역시 속으로는 죽을 맛일 것이다. 그것은 목사로서의 품위손상은 물론이고 속물적 야망과 위선적 인내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을 내려다봐야 하는 비참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