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삶 속에서....

점점 아들에 대한 두려움이....

undertree 2006. 9. 8. 21:17

2006년 5월 12일 (금) 10:38   오마이뉴스

목사 억대 연봉? 그게 어느 나라 얘긴지...

[오마이뉴스 황화진 기자] 수원에서 목회를 하다가 화성으로 교회 자리를 옮겨 거의 만나지 못했던 동료 목회자가 실로 오랜만에 날 만나겠다고 왔다. 그간의 사연을 듣고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아들만 셋인 그는 성도 30여 명의 교회에 담임목사로 시무하며 교회 옆에 있는 8평 공간에 사택을 꾸몄다. 공간의 반을 농으로 막아 한쪽엔 성장한 아들 셋이 자고 주방 쪽엔 목사 내외가 잤다.

▲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교회(자료 사진)
ⓒ2006 오마이뉴스 최은경
아이들이 어릴 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고 군복무를 할 나이가 되면서 큰 분란을 겪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 큰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것이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을 것이다.

위로 두 아들은 그런대로 환경을 받아들여 잘 참아줬는데 막내는 삐딱한 생활에 발을 들여놓았다.

곁길로 나선 목사 아들의 항변 "아빠 죽이고 싶어"

막내아들은 17살 때부터 밖으로 겉돌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예비역 소령으로 예편한 아버지는 무섭게 혼을 냈다.

막내가 주로 가는 곳은 PC방이다. 거기가 좋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목사인데 아들은 번번이 교회를 빠지고 게임방·술·담배 등으로 날린 돈이 무려 기천만원이란다. 미자립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아버지로서는 돈 한 푼이 새로운데 그렇게 돈을 날렸으니 얼마나 마음이 쓰렸을까.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식이 잘못되는 게 문제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이 아들이 등록금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물론 PC방에 날리고 하는 소리다. 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의 표현 대로라면 반 죽여놨다. 목사 자식이 왜 이렇게 곁길로 가는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온 이 아들이 아버지한테 험한 말을 쏟아냈다.

"아빠, 나 오늘 아빠한테 할 말이 있어."

"뭐라고! 무슨 말을?"

"나, 아빠 죽이고 싶어."

"너, 지금 무슨 소리야?"

"이게 사람 사는 거야? 이러고도 나보고만 잘하라는 거야?"

항상 군인처럼 패기가 넘치던 그는, 가진 게 없어도 기죽지 않고 어딜 가나 할 소리하고 사는 아버지는, 그만 기가 팍 꺾였다. 완전히 다마스커스의 사울이다. 아들에게 더 이상 큰 소리 칠 명분이 없었다. 괴로웠고 울고 싶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했다.

그는 잘나가던 군 장교에서 전역한 후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이를 다 포기하고 목사의 길을 나섰다. 그러나 그 길이 만만치 않았다. 다른 교회들은 잘도 부흥하던데 어찌 당신이 시무하는 교회는 성장이 멈췄는지. 그렇다고 때려치울 수도 없다. 한 번 목사이면 영원한 목사인 그 길이 너무 힘들다고 느껴졌다.

큰 교회는 불어나고 개척교회는 쪼그라들고

교인 회의를 소집했다. 막내 문제로 힘을 잃은 아버지 목사는 성도들과 이 문제를 숙의했다.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상가건물을 처분하고 좀 외곽지로 나가 일단 방 네 개짜리 집을 마련하고 교회는 임대로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즉시 일은 추진됐다.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방 네 개짜리가 나서 무조건 계약하고 그리로 이사했다. 비록 오래된 건물이긴 해도 아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각자 방'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주변 건물을 임대하여 교회도 시작했다. 나도 가서 축복해줬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명 앉아있는 모습에 새 신도도 왔다가 도로 간다. 교회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소위 요샛말로 교회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큰 교회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소규모 교회들은 생존에 몸부림친다. 큰 교회는 더 크겠다고 온갖 전략을 다 동원한다. 개척 교회들은 가랑이 찢어질까봐 도저히 흉내도 못 낸다. 이게 진짜 목회인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지 망연자실할 때도 많다.

소득이 많은 성직자에게도 과세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면에 기아(?)에 허덕이는 수많은 목회자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억대 연봉, 고급 승용차, 넓은 주거공간 이런 사치스런 얘기가 어느 나라 얘긴가 하는 수많은 목회자들이 있다.

이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아니 이 교회만도 못한 교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 교회 당장 때려치우면 될 거 아니냐고 말한다면 그게 해답이 되겠는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목사의 가정도 성도의 가정과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나는 그와 함께 가까운 순대국 집에 가서 3천원짜리 순대국을 먹었다. 그의 넋두리를 듣고나니 뛰는 가슴을 주체할 길 없었다. 다행히 위로 두 아들은 비교적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고 하고, 이제는 29살이 된 막내도 제 자리로 돌아와서 주일도 지키고 십일조 생활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거워진 마음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다.

/황화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