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이야기

민현이를 생각하면서..

undertree 2008. 8. 19. 01:39
    남아공보다 못한 한국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필자는 남아공에서 유학(박사과정)을 하는 사람이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지만,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교육 수준은 세계적이다. 백인들이 200년을 가꿔온 나라이기에 도시들은 모두 유럽풍으로 공원이 잘 가꾸어져 있고 대부분 주택은 아름다운 정원과 수영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백인 지역을 벗어난 흑인 지역은 여타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열악하고 가난하지만 말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남아공의 교육제도와 수준은 선진국급이다. 남아공이 치안이 불안하기로 유명하지만, 미국이 범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만, 남아공은 강력범죄(총기 강도, 강간)가 미국보다 훨씬 높을 뿐이다. 그런 단점을 뺀다면, 남아공의 교육적 환경은 가히 세계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 유학지로서도 굉장히 매력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속한 남아공의 프레토리아 대학은 1년 학비가 고작 200만 원밖에 들지 않으면서 수준은 세계적이라 유학지로서도 추천할 만하다. 남아공 대학들이 대체로 학비가 이렇게 저렴하고 박사과정은 학비가 1년 30-40만 원뿐이다. 기숙사도 한 달에 고작 15만 원 정도 뿐이다.
 
특히 남아공 대학의 공대, 의대, 농대, 수의학, 신학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내가 속한 프레토리아 대학은 백인 정권 때, 아니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 스탠포드 대학과 같은 수준이었고, 최소 세계 대학 순위 20권을 유지했었다. 전혀 과장이 아니니 시비 걸지 마시기 바란다.
 
흑인 정권 들어서 강제적으로 흑인 대학생을 50% 선발하는 제도로 말미암아 현재는 남아공 대학들의 수준이 100위권으로 하락한 상태이지만, 흑인 학생들 10명 중의 1명 만이 졸업하는 현실은 남아공 교수들이 학문적 수준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어려운 전공과목은 흑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의대, 공대는 흑인이 극히 드물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교육적 환경에서 불리한 경쟁을 했던 흑인들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할 결과일 수 있다.
 
각설하고, 남아공 대학과 한국 대학은 왜 이렇게 수준 차이가 날까? 내가 볼 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겠다. 첫째는 어릴 때부터의 교육 방식의 차이이며, 둘째는 대학의 어려운 졸업 제도 때문이다.
 
우선 졸업 제도부터 살펴보자. 남아공 대학은 가장 뛰어난 프레토리아 대학이나 케이프타운 대학이라도 입학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입시 제도에 대해서는 두 번째 이유에서 설명하겠다.)
 
즉, 남아공 대학은 입학의 문은 넓지만, 문제는 졸업의 문이 대단히 좁다는 것이다. 일단 프레토리아 대학 학생 정원은 4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졸업은 4만 명이 다 보장되지가 않는다. 적어도 절반가량은 학업을 못 따라가 스스로 중도 탈락할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 대학처럼 대충 학점 따고 출석 잘하고 교수한테 잘 보이면(?) 졸업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교수와 학생 간에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교수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체로 강의 시간에 한국처럼 찌질하게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교수는 그것을 학생의 책임에 맡긴다. 강의는 시험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 결석으로 말미암은 손해는 전적으로 학생의 몫이다.
 
도서관을 이용해서 작성해야 하는 창의적인 페이퍼를 자주 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거기다 시험이 매우 많고 시험은 앞서 배운 내용 전체를 다 다룬다. 따라서 기말 시험에서는 초죽음을 당할 만큼 몇 날 며칠을 도서관에서 두꺼운 책 몇 권과 씨름을 해야만 한다. 또한, 시험도 교과서를 초월해서 갑자기 시사 문제와 결부되거나 응용문제가 출제된다. 평소에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지 않으면, 점수를 따기 어렵다. 또한, 전반적으로 학점이 짠 것은 당연하다. 한 학년 200명 클래스에 A 플러스가 한 명도 없는 때도 있다.
 
당연히 수많은 학생이 fail 한다. 만일 과목에 fail 하게 되면, 다음 학기나 다음해에 재수강을 해야 한다. 재수강에서도 실패하면, 많은 학생이 학업의 짐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쌓여 학교를 스스로 자퇴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교수들이 절대로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수학 능력이 되지 않는 학생을 교수들이 굳이 졸업시키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대학 풍토와의 큰 차이점이며, 결국 이런 차이가 남아공 대학과 한국 대학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들은 스스로 자신과 대학의 수준을 하락시키지 않는다. 만일 봐준다면, 학생들에게도 손해요 학교의 손해며, 국가의 손해이자 교수 개인의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수준을 양보하지 않는 것은 학자가 지키고자 하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이렇듯 남아공 대학은 제도적으로 전통적으로 시험과 그 과정의 결과인 졸업이 엄청나게 어렵게끔 만들어졌다. 실제로 5명 중에 1-2명이 겨우 정상적인 학년 졸업을 하고 1-2명은 유급되어 학교를 일이 년 더 다니며 나머지 2명가량은 거의 대학에서 중도 탈락을 하고 만다.
 
여러분은 10명이 입학해서 2명가량이 제대로 졸업한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 학생들도 5명 중의 1명이 졸업을 하고 나머지는 중도 탈락한다. 특히 흑인 학생의 증가와 최근에는 영어가 딸린 중국/한국인 등 아시아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졸업률이 현저히 줄었다.
 
이것이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하여 흑인 대학생들이 졸업시켜달라고 데모를 하고 흑인에게 우호적인 거대 언론 매체는 대학을 엄청나게 비판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수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타협과 양보를 하지 않는다. 즉, 절대로 수준을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남아공 대학의 교수들에게는 이런 학자적 깡다구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나는 한국의 교수들은 너무 관용적이고 정에 물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수들은 제자를 졸업시키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즉, 제자들의 학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은 부족하고 적정한 선에서 졸업을 시켜주려 한다.
사실 현실적으로 시험을 어렵게 하여 학점을 짜게 주는 교수들을 학생들이 싫어하고 그런 욕을 먹기 싫어서 교수들은 학점으로 인기를 얻으려 하는 경향도 강하다. 따라서 교수님들의 처지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한국의 대학과 학생들에게 우리 대한민국에 약이 되냐는 것이다. 그것은 독이지 결코 약이라 할 수 없다.
 
결국, 대한민국의 대학은 입학은 소위 서울대, 연-고대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전 세계에서 가장 입학이 어려운 대학에 속하면서, 졸업은 사실상 저절로 보장되는, 세계에서 가장 졸업이 쉬운 해괴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 대학이 세계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와 밀접히 관련된 것으로,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지적했듯, 교육 풍토와 환경의 차이이다. 즉, 한국과 교육 선진국 간에 존재하는 교육 수준과 대학 수준의 간극은 어릴 때부터의 교육 풍토와 환경의 차이 때문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남아공 초-중-고등학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은 한 마디로 입시 지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타의 교육 선진국들과 비슷하다. 가정교사나 개인레슨 같은 것은 있지만, 학원이란 것이 없다. 대부분의 교육은 학교의 공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부 과외를 시키는 가정들도 물론 있지만, 꼭 필요한 것만 교육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과외 열풍은 단연 한국인들이다.
 
남아공 초중고는 모두 교복을 입는다. 나는 교육 선진국일수록 교복을 입히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예컨대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은 공통으로 다 교복을 입힌다. 특히 모든 초등학교들도 교복을 입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학생들이 교복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교복이 학생의 사고를 획일화하고 창의력을 반감시키는 반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교련복과 교복을 입어본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만, 내가 볼 땐 잘못된 주장이다. 오히려 교복 착용을 당연시하는 교육 선진국의 학생들이 훨씬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교복과 같은 비본질적인 것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교육 풍토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사립학교는 시험을 봐서 들어가지만, 학비가 월 50-60만 원 가량으로 공립학교 10만 원 가량에 비해 5배 이상 높다. 대체로 사립학교가 수준이 높지만, 그렇다고 공립학교가 수준이 많이 낮은 것도 아니다.
 
이곳 남아공은 학군제로서 평준화 제도를 따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처럼 백인들이 밀집한 지역(흑인 부유층도 많이 산다.)은 학력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곳에 있는 학교가 전통 명문 공립학교로 꼽힌다. 이곳 남아공 백인들도 교육을 위해 우수한 학군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학비도 저렴하고 교육 수준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처럼 극성스럽게 이사 다니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특정 학군에 있는 명문고가 명문대학 진학에 꼭 유리한 것은 아니며 또한 바로 명문고를 다니는 대가로 내신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수준이 떨어진 학교에 다닌다 하더라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리더쉽과 여러 활동에서 점수를 따면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런 점들은 한국 사회에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고 본다.
 
또한, 명문 학교 일수록 교복 착용이 굉장히 엄격하다. 두발도 대단히 엄격하다. 바리깡으로 밀지는 않지만, 위반 시에 체벌이 가해진다. 학생 평가가 불리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규율을 자율적으로 지키게 된다. 전통적 명문고에서는 고등학교 교사들이 가운을 입고 강의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사 중에 박사가 아주 많다. 수업을 듣는 학생도, 강의를 하는 교사도 그 자부심과 의연함이란 대단하다. 학생들의 품행이 바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일부 흡연과 마약을 하기도 하지만, 개인 행위일 뿐이다. 그들이 패거리를 지어서 이지메를 하거나 학원 폭력을 행사하거나 양아치 짓을 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그러나 흑인 학생 비율이 높고 흑인 지역에 있는 학교들은 아무래도 교복을 입더라도 굉장히 단정하지 못하고 교육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이 현실이다.
 
각설하고, 초중고 때의 교육 풍토와 환경이 핵심이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이곳에서는 매트릭(matric)이라는 대학입학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처럼 하루에 끝내는 시험이 아니라, 고 3때 한달 이상에 걸쳐 과목 별로 한 과목씩 치룬다. 준비는 본격적으로 고 2때부터 시작된다. 특히 고 2때부터의 내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한번의 수능으로 모든 것을 끝내버리는 한국의 대입시험제도가 얼마나 폐단이 많은지 알 수 있다. 그날 아프거나 배탈이 난다면, 혹은 유독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유독 시험운(?)이 안따라 주면 단 하루만에 3년을 망치고 말기 때문이다.
 
내신을 위한 시험과 별도로 매트릭 시험을 2학년 때부터 과목별로 꾸준히 준비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고2때부터 고3에 이르기까지는 학생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매트릭 제도는 이것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수능 등급제와 아주 비슷하다. 즉, 매트릭 점수는 점수가 아니라 등급으로 매긴다. 그것을 과목별로 매긴다. 그래서 매트릭 점수가 과목별로 상위 등급이 많을 수록 명문 대학 진학을 가기에 유리해진다. 당연히 상위 등급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매우 낮다. 여기서 노 정권의 수능 등급제가 갖는 취지가 잘못되었다고 비판만 할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수능 (혹은 매트릭) 등급제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능과 내신 위주의 우리 입시 풍토가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타의 교육 선진국이 다 그러하지만, 남아공 대학들도 결코 학업 성적 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바로 전반적인 중고등학교 생활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무엇보다도 '수업 외 활동(extra activities)'를 얼마나 많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느 기간에 활동했는지를 상세히 살핀다. 수상 경력도 매우 중요하고, 대회 참여와 성적도 중시된다. 따라서 이곳 학생들은 테니스, 수영, 축구, 럭비, 크리켓, 승마 등의 스포츠 클럽이나 요리, 연극, 밴드, 합창 등의 문화 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이 기본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또한, 그 외에 봉사 활동이 대학 입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처럼 형식적인 봉사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은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펼치고 해당 단체로부터 봉사 확인서를 받아간다.
 
미국 명문대학은 논술 시험이 매우 중요하다지만, 내가 알기로 남아공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논술 시험이란 아예 없다. 왜냐하면, 논술 성적은 이미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다 평가를 마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논술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우스운 것이다. 논술이 다년간의 내공 축적으로 되는 것이지 학원에서 요령을 배운다 해서 되겠는가?
 
이런 점에서 나는 수능 등급제의 기본 취지를 찬성한다. 다만, 문제점은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3년 공부한 것을 단 하루, 수능 한번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공에서처럼 2학년 때부터 꾸준히 몇 차례 과목별로 원하는 등급을 얻는 방법도 괜찮다고 본다. 물론 미국도 한 번의 SAT 시험으로 평가하는데, 이런 대학 입시 방식과 남아공의 매트릭 제도는 서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만일 수능 등급제를 유지한다면, 변별력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수능 점수에서 불과 1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불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는 앞서 말한 대로 한 번의 시험이 아니라 과목별 등급제를 시행하여 나중에 종합하는 방식을 취하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변별력이 문제시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종합 평균 1등급에 너무 많은 학생이 몰리는 경우이다. 이 경우 선발 방식에서 위에 언급한 학업 외 활동의 비중을 크게 높이면 된다. 사실 그 비율을 파격적으로, 아주 대단히 파격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교육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대에 지원한 1등급 학생들이 1만 명에 이르고 서울대 1학년 정원은 5천 명이라 치자. 어떻게 학생을 변별하여 선발할 것인가? 모두 점수가 같은데? 우선 내신을 반영하고 거기에 과외 활동 점수를 크게 늘려서 선발 기준을 잡으면 된다.
 
스포츠 클럽에서 리더쉽을 발휘하고, 문화 활동에서 경력이 두드러지거나 봉사 활동이 남다르고 수상 경력이 뛰어나다면, 많은 점수를 줘야 마땅하다. 또한, 현재의 논술 제도에 문제가 많기에 그것을 대체할 대안으로 학내 잡지나 문고 잡지, 신문에 기고한 경력, 글쓰기 수상 경력 등을 선발 기준에 크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남아공 대학들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만일 우리도 일찍부터 이런 풍토가 조성된다면, 학생들의 창의력과 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 등이 이미 대학 입학 전에 훈련되어 선진국 대학생들과 견줄 만한 수준이 될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실지로 미국의 명문 대학들도 SAT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너무 많아, 이런 과외 활동을 중요한 변별력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SAT점수가 낮아도 다른 분야에서 점수를 크게 얻으면, 입학할 수 있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수능 점수 몇 점을 가지고 목숨 걸고 있지 않은가? 정말 우리나라의 점수 위주의 이런 입시 풍토를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또한, 이곳은 초등학교 때부터 도서관의 자료를 이용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 학교의 많은 숙제가 직접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되어 있고, 참고 문헌과 각주를 다는 훈련을 일찍부터 시킨다.
 
도서관 이용을 통한 학습 자료 활용이 몸에 배기 때문에, 교과서를 뛰어넘는 창의적 사고를 갖게 되고 결국 이것이 대학 진학한 후에는 한국 학생들과 남아공 학생들의 간격을 크게 만들고 만다. 거기다 남아공 대학들은 앞서 말한 대로 졸업이 엄청나게 어렵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한국 대학들과 남아공 대학 및 교육 선진국과의 수준 차이를 극명하게 벌려 놓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교육과 입시 제도는 교육 풍토 자체에 대한 획기적인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그 어떤 대안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분명히 문제의 해법은 단순하지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교육 관계자들과 대학교수들이 관료적이고 소극적인 사고에 머무르고 있다. 그들이 문제의 해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은 수년간 교육 선진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 모든 것은 그들의 실천 의지에 달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 당국과 대학교수들이 대학 입학에 목숨을 거는 현재의 교육 풍토를 바꾸어 대신 졸업에 목숨을 거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학 당국과 교수들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입학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라 졸업을 어렵게 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우수한 학생을 배출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대학을 운영하는 곳은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포항의 "한동대학"이라 생각한다. 한동대학은 기독교 색채가 너무 짙긴 하지만, 수업의 반을 영어로 진행하고 학연 지연을 초월하여 교수를 채용하며 무엇보다 뛰어난 외국인 교수들로 가득 차 있다. 철저히 실력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졸업이 매우 어려워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가장 많이 취업을 하는 학교가 되었으며, 취업률은 거의 100%이다. 이미 준비된 영어와 실력으로 외국의 손꼽힌 대학원에 쉽게 진학한다.
 
또한, 우리 사회 역시 특정 일류 대학 카르텔, 문벌/학벌주의를 타파하고 순수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수한 학생이 살아남는 풍토로 바뀌지 않으면, 교육 시스템을 제아무리 바꾸어도 희망은 없다.
 
현재와 같이 일류대학에 입학만 하면 사실 거의 자동으로 졸업장은 따게 되고 그것이 인생의 큰 보증 수표가 되고 마는 것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물론 다 그런다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그렇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적 풍토 때문에 모든 학생과 학교, 학부모, 온 사회가 오로지 일류대학 입학에 모든 것을 올인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일류대학 입학이라는 그 올인이 끝나고 나서는 인생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에, 대학에 들어가서는 놀기에 혈안이 되고 아니면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 고시 공부에 올인하여 정작 학문적 발전은 정체되고 마는 해괴한 현상이 한국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학 당시 학생 수준은 세계 최고이나 졸업 당시 수준은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현재 한국 교육의 현주소이다. 이것은 교육 선진국과 완전 거꾸로 된 기형적 현상으로서, 남아공의 경우만 보더라도 입학 수준은 한국보다 현저히 낮은 평이한 수준이나 졸업 수준은 죽도록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세계에 견주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류대학에 들어갔더라도 졸업이 무조건 보장되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대학 발전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올인은 입학이 아닌 졸업에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어렵게 대학 졸업의 관문을 통과한 일류대학 출신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존중받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 학교에 입학만 하면 자동적으로 졸업장을 받아 허접한 수준의 졸업생이라도 존중받고 선배가 끌어주는 풍토가 아니라 말이다.
 
혹자는 만일 extra activities(과외 활동)의 비중을 대학 입시에 크게 반영한다면, 역시 그런 부분의 교육비가 경쟁적으로 투자되어 사교육비 지출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과외 활동이 돈이 들어가는 문화적 활동(음악, 밴드 등)도 있지만, 돈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스포츠 클럽 활동에 왜 돈이 들어가고 무슨 과외가 필요하겠는가?
 
물론 돈이 있는 사람은 악기연습에 투자해서 고액 레슨을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대학이 스포츠나 문화 활동의 비중을 같게 평가한다면, 굳이 돈 드는 과외활동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거기에서 리더쉽을 기르면 된다. 그러니 이러한 과외활동 점수를 파격적으로 높이면, 입시 위주/시험점수 위주의 지옥에서 벗어나 다른 활동들에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교육비도 저절로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도 교육의 이상인, 지덕체를 겸비한 전인적인 건강한 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있는 운동장마저 다 없애 건물 콘크리트 안에 학생들을 가두어 놓는 교육 풍토, 사설 학원화되는 한국의 교육 현장은 정말 절망적이다. 이것은 시험점수만이 대학 입학을 위해 중시되는 작금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이다.
 
남아공 초중고 학교들은 기본적으로 잔디 축구장, 수영장, 테니스장, 농구장, 잔디 크리켓 구장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운동장을 없앤다? 땅이 좁은 나라라 어쩔 수 없다고? 그러면 땅이 좁아서 거대한 아파트 촌을 지으려고 멀쩡한 숲을 걷어내고 전국 수백 개의 골프장을 지으려고 산을 그리도 깎아 대는가? 경관 좋은 곳마다 즐비한 러브호텔들은 또 뭔가? 그런 돈은 있어도 학교 넓힐 돈은 없단 말인가? 참으로 이것은 시대를 거슬러 가는, 그야말로 학생의 숨통을 조이는 반-교육적 관행이다.
 
결국, 한국의 입시 문제, 교육 문제는 교육 환경 전반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한 교육 정책입안자들의 근본적인 사고의 틀과 기조가 바뀌지 않고는 해결책이란 존재할 수 없다. 거시적이고 본질적이자 근본적인 것을 고치지 않고 미시적이고 비본질적인 제도개선을 백번 천 번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병든 몸에 이것 먹이자 저것 먹이자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근본적인 병부터 치료해놓고 뭘 먹일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남아공 대학들-들어가기는 쉬우나 나오기는 어렵다!
2007/11/05 오전 3:53 | 남아공 유학,남아공 어학연수,남아공 학교,남아공 이민,자녀 교육과 영어 공부 이야기

남아공은 학비가 싸기로 유명합니다.사실상 남아공에서 공부하기 원하는 유학생들이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학비가 저렴하다는 점 때문이지요.제가 사는 프레토리아에 있는 프레토리아 대학의 경우 1년 학비가 한국돈으로 약 200만원 정도고,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내는 기숙사비도 1년에 12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니,믿기지 않을만큼 싼 게 사실이지요.신학을 공부할 때는 더 쌉니다.첫 학기에 등록할 때는 비슷하지만 그 다음 학기부터는 1년에 50-60만원씩만 내면 된다고 합니다.그야말로 공짜나 마찬가지지요.다른 대학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엇비슷할 것입니다.
그러나 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학비도 싸고 입학조건도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까다롭지 않은 편이지만 졸업은 무지 무지 어려운게 남아공의 대학입니다.프레토리아 대학 인문계열의 경우 해마다 평균 20%만이 3-4년만에 졸업을 한다고 합니다.나머지는 다 유급되는거지요.다른 대학들도 큰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4년만에 졸업하기는 힘들고 대개 몇 년씩 유급할 정도로 공부의 부담이 많고 시험도 어렵게 칩니다.한국의 고3만큼 열심히 공부해야 제대로 졸업할 수 있다고 합니다.그러니 남아공의 대학을 만만하게 볼 수 없지요.
대학에 입학하려면 10학년(한국의 고1)때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특히 11학년 성적이 대학 입학에 내신 성적으로 크게 반영되므로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그 11학년 성적을 위주로 내신으로 대학 합격이 1차 결정되고 그 학생들로 영어와 수학 대학별 고사로 2차 합격을 결정하고,한국의 고3인 12학년때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매트릭’이라는 국가 시험에서 최저기준점수만 넘으면 대학 입학이 최종 확정됩니다.매트릭 시험과 우리 나라 수능이 다른 점은 우리 나라 수능시험은 점수를 많이 맞을수록 더 나은 학교에 갈 수 있는데 반해,매트릭은 최저 기준 점수만 넘으면 됩니다.합격과 불합격만을 가르는,일종의 대학 진학 자격 시험이라고 할 수 있지요.매트릭을 패스하고 고등학교 내신 점수가 좋으면,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에 지원할 수 있지요.한국의 수능시험은 딱 하루동안 치지만,여기 매트릭은 거의 한달 동안 매일 하루에 한 과목씩 시험을 칩니다.고등학교때 배운 과목들을 다 치긴 하지만 하루에 한 과목만 치니까 한국보다 부담은 훨씬 덜 하지요.또 많이 맞아야 좋은 건 아니니까 상대적으로 심리적 압박감은 덜한게 사실입니다.
매트릭 패스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매트릭의 일반 수준이 있고,상위 수준이 있습니다.일반 수준에 패스하면 국가기술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Technikon에 지원할 수 있고,상위 레벨에 패스하면 보통 ‘대학’이라고 부르는 University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합니다.또 College라는 소규모의 대학들도 있는데,그런 대학들은 매트릭과 관계없이 자유로이 진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대학의 대부분의 과는 기본적으로는 3년제이며, 4학년은 ‘대학원 예비과정’ 으로 불린다고 합니다.들어가기는 쉬운 편이지만 졸업하기는 어려운 남아공의 대학,코피 터지게 고3의 정신으로 공부할 각오를 단단히 한 유학생들에게만 학위의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